건축과 산업디자인/건축

파리의 아르누보, 기마르의 메트로폴리탄 지하철역 : 건축학과 학생이 보는 파리

빙가멜 2025. 6. 2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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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더 재밌는 파리 1탄 : 아르누보

교환학생 중 어머니가 하노버로 오셔서 함께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돌며 여행했다. 교환학생 중후반으로 흘러가면서 여행의 경험이 쌓이고 경험의 감동이 점차 무뎌가던 중 파리에 왔다. 파리에 왔음을 실감했던 순간은 센즈강을 보았을때, 에펠탑을 보았을 때도 아닌 길가다 파리 메트로폴리탄을 보았을때 이다. 

아르누보 양식의 아이콘을 길기다 만날 수 있다니..! 괜히 손으로 곡선을 만져보았다. 

2년 전, 임석재교수님의 건축사2를 들으며 '파리지하철에 저런게 있다고?'라는 생각에 믿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온 지하철 역은 한국의 지하철역 처럼 몇호선인지 눈에 뜨이도록 큰 전광판으로 있을거라 생각했다. 파리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지하철역인걸 숨겨놔서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한편으로는 불편하면서도 도시미관에 어울리게 숨겼을거라 생각하니 유저의 사용성과 심미성 중 어디에 무게를 두었는지에 따라 달라진 듯 하다. 저런 조형적인 지하철 입구가 길거리에 있다는게 신기하여 언젠가 파리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었다. 실제로 와보니 한 두 곳만 있는게 아니라 꽤 많은 곳에 거리조형물이 그대로 남아있어 '역시 파리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건축사, 미술사를 공부하다보면 아르누보를 큰 챕터로 배운다. 파리 메트로폴리탄(Paris Métropolitain) 지하철역은 가장 상징적인 20세기 초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이다. 

1900년에 파리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이에 맞게 파리에 지하철을 개통했다. 당시 지하철역 설계 공모에서 기마르의 설계가 당선(재당선)되면서 자신만의 아르누보양식을 지하철역에 담았고 지금까지 파리 거리조형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르누보양식이 무엇인가


아르누보?

초기모더니즘의 대표양식이다. 프랑스어로 "새로운 예술"을 뜻하며, 19세기 말(1890년경)부터 20세기 초(1910년경)까지 유행한 미술사조이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으로 인한 제품의 예술성 결여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기능주의, 장식 배제, 단순함을 담고있는 모더니즘을 과거로부터 급작스러운 단절이 아닌 자연스러운 연속으로 정의하며 순수예술과 응용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당시 배경으로 영국의 예술공예 운동의 영향으로 장식의 기능, 공예, 종합예술의 영향을 받았다.

자연물, 특히 꽃과 식물 덩굴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이고 곡선적인 장식이 두드러지는게 특징이다. 수제 공예에서 산업혁명을 거치며 모듈화(대량생산이 가능한) 디자인으로 넘어가게되는 흐름을 통합하고자 하였다. 


하핫 수업시간에 필기했던파일 참고하여 적었다. 

 

기마르의 지하철입구는 주철로 제작된 모듈식 구조로, 설치 장소에 따라 조합이 자유로웠고, 청동 파티나처럼 보이도록 특수 페인트로 마감했다. 입구의 곡선은 덩굴이나 식물이 자라는 듯한 느낌을 주며, 표지판을 고정하는 두 개의 줄기와 튤립 모양의 램프가 특징이다. 이처럼 식물 형상을 본뜬 유기적 곡선은 신문명과 전통자연주의를 하나로 통합했다는데 의미가있다. 

실제로 '장식'보단 '디자인'의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곡선이 디테일해서 놀랐고 자연의 곡선을 따온 가림막이 똑같이 반복되어있어서 그랬을까. 자연을 디자인으로 담는데 필요한 요소가 '곡선'과 '불규칙성'이 있다면, 오로지 곡선만 따온 느낌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형적 조형이 기억에 남는다. 

 

몽마르트 언덕을 가던 길의 지하철역은 유리까지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기회가되면 가보려고 지도에 찍어놨었는데 길을가다 자연스럽게 만나게되어 더 신기했다. 

오르세미술관에는 아르누보양식의 가구들을 모아 전시하고있다. 나무로된 아르누보 가구는 처음보는데 정제된 덩쿨같은 느낌을 받아 인상적이었다. 미술관 내부에 파리 지하철역에관한 내용도 담겨있어 재미있게 관람했다. 

다들 파리에가서 메트로폴리탄역이 보이면 곡선으로이루어진 주철을 손으로 만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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