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과 산업디자인/건축 답사

[쾰른 건축] 콜롬바 뮤지엄 : 피터줌터, 기대를 뛰어넘다

728x90

콜롬바 뮤지엄 Columba Museum

역사와 장소의 층위를 건축적으로 드러낸 사례

피터 줌터가 설계한 콜롬바 뮤지엄은 독일 쾰른에 위치하며, 폐허 위에 지어진 건축의 대표적 사례다. 부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후기 고딕 양식의 성 콜롬바 교회가 있었던 자리로, 로마 시대부터 중세, 현대까지 건축적 층위가 중첩되어 있다.

줌터는 이 이질적인 잔재들을 제거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존중’과 ‘노출’이라는 방식으로 건축을 구성한다. 보존과 개입의 균형이 탁월하며, 결과적으로 뮤지엄 자체가 도시의 역사와 시간성을 체험하는 공간이 된다. 처음 콜롬바 뮤지엄을 보고 느낀 점은 '조용히 위치해 있다'였다. 피터줌터를 굉장히 좋아하기때문에 뭔가 눈에 확 띄게 있을 것 같았는데 주변 상업 시설과 어울리게 고요하게 위치해있다. 

얇고 긴 벽돌을 쌓은것이 특징이다. 외피는 현장에서 특별 제작된 회색 벽돌로 마감된다. 과거의 석재 유적과 질감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현대 건축임에도 이질감이 없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건축의 모습이다. 벽돌의 크기, 색감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콜롬바뮤지엄도 피해갈 수 없었던 피난계단... 아예없는게 좋았겠지만 최대한 어울리는 계단으로 잘 마감 한 것 같다. 

락커룸과 화장실이 아주 고급지고 좋아서 놀랐다. 화장실이 내 방 보다 큰 듯. 표를 사면 핸드북을 주는데 건물에 대한 설명과 작품번호마다 영어로된 설명이 있어 읽으면서 관람하기 좋았다. 

벽면에 뚫린 작은 구멍은 기능성과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자연광은 점조직으로 내부에 스며들고, 외부의 소리마저 실내로 투과된다. 시각과 청각을 통한 경계의 흐림은 줌터 특유의 현상학적 접근이다. 방문당시 3월 중순으로 아직 겨울이었는데 아주 춥고 고요했던 기억이 난다. 

바닥만 비추는 은은한 조명과 벽에서 퍼지며 들어오는 자연광이 역사적 전시장소를 어울리게 밝혀줬다. 

 

사실 콜롬바 뮤지엄은 0층의 이런 파사드, 내부에서 보는 빛의 형상, 건축 리모델링이 가지는 의미에 집중했었다. 높은 층고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인상깊다. 왼쪽에 보이는 매스는 반대편에서 들어올 수 있는 기도실?(성당?)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 큰 층고를 다 감싸고 있는 가죽 커튼. 무게감있게 공간에 잘 어울린다. 

본격적인 지상층 전시관람을 위해 올라왔다. 

2층은 창 없이 작품에만 집중되는 공간이다. 콜롬바 뮤지엄에서 놀랐던 점은 모든것이 디테일하게 설계되어있다는 점이었는데, 각 전시실을 비추는 조명, 바닥조명, 벽과 바닥 사이의 마감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디테일이 드러난다. 

3층으로 향하는 계단, 큰 창문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3층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만든다. 

통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그 어떤 미술관을 가보았을 때 보다 섬세하게 배치되어있었다. 빛이 만들어내는 좋은 공간이란 이런거구나 새로운 경험을 했다. 1,2,3층의 자연스러운 동선도 기억에 남는다. 1층의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기대하고왔으나 여기 3층 공간이 가장 좋았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좋았는데 창문 모양이 눈에 보이는게 아닌, 전시실 매스로 막혀있지 않은 보이드한 공간에서 빛이 들어오기때문에 훨씬 자연스럽게 빛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줌터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도면 배치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피터줌터가 빛의 건축가로 불리는 이유는 1층의 반외부 전시실도 있지만, 여기 3층의 섬세하지만 명확한 통창 배치때문이 아니었을까 

중간에 책을 읽는 공간도 마련되어있다. 옆에 연주자 대기실이 있고 연주자분들이 나와서 전시장에서 악기를 연주하시던데 여유있게 구성된 전시 공간에서 자연광의 아름다움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방문해본 공간 중 가장 섬세하게 디자인된 공간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간경험은 도면만으로 전달 할 수 없지만, 꼭 기억하고 싶어 받은 핸드북에 있는 도면에 표시를 해보았다. 검은 팬 밖에 없어서 음양각의 표시로😅 

독일 쾰른에 오면 대성당 뿐만 아니라 콜롬바 뮤지엄에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728x90